![봄날의 햇살 대신 '하윤경' 각인 [TF인터뷰]](https://bklee.store/wp-content/uploads/20230731010914.png)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눈도장→차기작 ‘이생잘’로 다시 한번 각인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가 화제작을 만나 강렬한 수식어를 얻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그렇기에 한 번 입은 이미지를 벗어내는 것도 어려울 때가 많다. 하윤경도 마찬가지였다. ‘봄날의 햇살’이란 감사한 수식어를 받았지만, 당분간은 이 이미지를 지우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우려였다. 곧바로 합류한 차기작에서 원작팬들까지 만족스러워 할 정도로 윤초원 역을 당당하게 소화해 낸 하윤경이다.
하윤경은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극본 최영림,연출 이나정, 이하 ‘이생잘’)에서 윤초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품은 전생을 기억하는 19회 차 인생 반지음(신혜선 분)이 꼭 만나야 하는 문서하(안보현 분)를 찾아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윤초원은 반지음의 전생 윤주원의 여동생이자 짝사랑 상대 하도윤(안동구 분)에게 거침없이 다가가는 밝고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이생잘’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작품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더군다나 하윤경으로서는 전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큰 사랑을 받으며 차기작에 이목이 집중됐던 상황, 부담감이 켜켜이 쌓일 뻔했다. 이에 하윤경은 “작품의 흥행 여부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고 싶으면 하는 편이라서 큰 부담감은 없었다”는 시원시원한 답변을 내놨다.
“저보다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럴 때일수록 다음 작품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면서요. 이것도 맞는 말이에요. 그렇지만, 너무 고르고 골라서 작품을 한다는 게 맞을까 싶더라고요. 제가 그럴 입장도 아니고요. 전 연기를 했던 처음부터 흥행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이 없었어요. 경험할 것이 있겠다, 촬영 과정이 재밌겠다, 배울 것이 있겠다 싶으면 하는 편이었죠.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이 순간 끌리고 배울 점이 있다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사실 하윤경은 ‘이생잘’의 마지막 캐스팅이었다. 당초 임현주가 캐스팅됐으나 촬영 초반에 하차했고, 이후 하윤경으로 변경됐다. 갑작스러운 캐스팅 변경에 여론이 좋지 않을 법도 한데, 아니었다. 방송 전부터 하윤경은 윤초원과 높은 싱크로율로 기대를 모았다.
배우 하윤경이 tvN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이에 하윤경은 첫 촬영날을 기억했다. 그는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그때까지는 다들 중간에 합류한 날 위해 좋게 말해주는 줄 알았다. 처음 만난 날 모두가 ‘봄날의 햇살’이 왔다며 반겨줬다. 이후에도 초원이랑 잘 어울린다면서 계속 둥가둥가했다.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우영우’의 최수연이란 인물이 강하게 박혀있기도 하고, 최수연이 윤초원과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캐스팅 기사부터 좋게 봐줘서 감개무량했어요. 사실 오히려 부담되기도 했죠. 차라리 초장에 욕을 먹으면 기대치가 낮잖아요.(웃음) 그런데 너무 호의적이다 보니 감사하면서도 이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걱정이 됐죠. 다행히 첫 방송 후에도 스태프분들과 시청자분들이 계속해서 응원을 보내줬어요. 제가 제 한 계를 낮게 생각했나 싶으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하윤경은 작품 전까지 원작을 알지 못했다. 캐스팅이 확정되며 웹툰을 보기 시작했단다. 읽어 보니 너무 재밌어서 푹 빠지기도 했지만, 자세히 읽진 않았다. 분명 원작이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각색이 이뤄지는 이상 드라마 역시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견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반까지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보고, 중간부터는 흐린눈으로 얼기설기 읽었다. 원작의 장면 장면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다만 원작에서 캐릭터 특성은 분명하게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윤초원에 관해서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건강하게 잘 자란 친구다. 그러기 어려운데 그 어려운 걸 해낸 친구가 얼마나 대단한가 싶더라. 건강하고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해제 시키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분석했다. 배울 점이 많은 윤초원에게 푹 빠진 하윤경이었다. 그는 “윤초원 같은 사람이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초원이처럼 직진으로 살면 하루를 살아도 아쉬움이 없을 것 같다. 사랑스럽고 건강한 마인드는 물론이고, 차가운 냉미남조차 녹여버릴 정도로 직진하는 다부진 모습이 멋있더라”고 말했다.
다만 스스로 귀여운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 하윤경은 윤초원의 사랑스러운 눈빛과 귀여운 표현력을 연기하기 위해 내면을 많이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때론 민망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하윤경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건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배우들이었다.
하윤경은 “어딜 가서 귀여움을 받아본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현장에서는 혜선언니와 보현오빠가 엄청 귀여워 해줬다. 사실 나도 어리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 갔을 때 막내 대우를 받을 경우가 별로 없다. 물론 이번에도 동구가 가장 막내이긴 했다. 그럼에도 언니, 오빠의 귀여움을 받는데, 그게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꽤 괜찮더라”며 웃어 보였다.
‘이생잘’은 메인 커플뿐만 아니라 윤초원 하도윤의 서브 커플의 러브라인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랜 시간 하도윤을 짝사랑했던 윤초원은 자신의 감정을 거짓 없이 드러내는 인물인 반면, 하도윤은 신분 차이를 우려하며 마음을 꼭꼭 숨긴 채 윤초원을 밀어낸다. 두 사람의 애틋한 로맨스는 시청자들을 애타게도 눈물짓게도 했다.
윤초원과 하도윤은 최종회에서 연인이 됐고, 시청자들은 “10분만 더 보여주지” 등 아쉬움 가득한 원성을 내뱉었다. 하윤경 역시 아쉽다면서도 그렇기에 더욱 사랑받을 수 있었던 커플이었다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이 빨리 이뤄졌다면 좀 더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빨리 볼 수 있었겠지만, 늦게 이뤄지는 만큼 간절한 마음이 생기고 많은 분들이 더 기다려 줬던 것 같다. 초원이가 원 없이 표현하는 장면만큼은 많이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초원이와 도윤이의 미래는 감정적으로 역전됐겠죠? 도윤이의 얼음장 같은 모습이 완전 녹아서 초원이에게 쩔쩔매고 있을 거예요. 애교도 생겼겠죠. 초원이가 도윤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사랑받는 모습, 그동안 애탔을 초원이의 마음을 도윤이가 다 갚아주는 모습을 그려볼래요.(웃음)”
실제로는 하윤경이 안동구보다 연상이라고. 그래서였을까. 두 사람의 애정신에서는 주로 하윤경이 안동구를 이끌었다. 이에 하윤경은 안동구를 두고 “뚝딱거리는 스타일”이라며 “마지막 키스신 때도 손을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라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내 그는 “동구는 겸손한 친구다. 나한테도 항상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하면서 매번 내 의사를 체크해 주고 배려를 많이 해줬다. 함께 호흡을 맞출 때도 조심스러워하며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을지 물어봐 줬다. 그래서 나도 오히려 ‘네 맘대로 해도 좋다’고 부추길 때도 있고, 동구가 좀 더 멋있게 나올 수 있게끔 조언도 해줬던 것 같다”고 밝혔다.
총 12부작이라는 짧은 회차로 모든 스토리를 전달하다 보니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100% 충족시키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하윤경은 “모두가 어쩔 수 없이 힘들었을 작업이었을 터다. 중반부터는 시간도 없었다. 때로는 감독님이랑 배우들이 함께 의논해서 아예 장면을 만들거나 바꾸기도 했다. 그 과정이 너무 좋았다. 물론 이 과정이 모든 걸 다 극복할 수는 없었지만, 모두가 함께 개연성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납득시키고자 열심히 했다. 한계가 있다 보니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했다.
다만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해 주길 바랐다. 하윤경은 “‘이생잘’은 남녀간의 뻔한 ‘로코’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지음이에겐 내가 상처입히고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다른 사람들로서는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다. 나 역시 갑자기 죽는다면, 남겨진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후회가 남을 것 같더라.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돌아보고 챙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부터 대단한 성공을 바라고 했던 작품은 아니었어요. 저희 작품이 무거운 부분도 분명 있어요. 이런 부분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생잘’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한 번에 잊히지 않고 계속 꺼내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많은 분들 역시 공감하며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
반대로 하윤경에게 ‘이생잘’은 어떤 필모그래피로 남게 될까.
“나름 독립영화부터 꾸준히 작품을 했었어요. 그중에서도 이번 캐릭터는 나름대로 도전이었죠.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귀여운 초원이를 위해 끌어올려야 하는 장면이 많았거든요. 그만큼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하윤경의 가장 젊은 날에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를 남긴 작품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