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60년 노배우들의 ‘고도’… “이 이상의 무대는 없다”
[앵커]
80대 노배우들이 연기 인생 내내 흠모했던 작품을 만났습니다.
노련한 연기, 축적된 인생 내공의 맛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배우 신구와 박근형, 박정자 씨의 이야기를 신새롬 기자가 단독으로 만나 담아왔습니다.
[기자]
“우리는 행복하다! 라고, 해봐. 우리는 행복하다! 우리는 행복하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데, 이제 뭐해야 하지? 고도를 기다려야지!”
오지 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두 부랑자.
종잡을 수 없는 대화가 쉼 없이 이어지는 역할에 60여 년 경력의 대배우들이 나섰습니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연기 인생 내내 흠모한 작품입니다.
‘한국 연극의 대모’ 박정자는 주연도 아닌 조연, 남성 배역 짐꾼 역할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있는 여력을 전부 쏟아 부으면 이거 극복하지 않을까, 좀 과욕이다 생각하면서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거는 놓칠 수가 없죠. (역할은) 상관없어요. 안 해보던 거 아니에요, 우리가.”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한 ‘고도’는 사무엘 베케트가 쓴 부조리극입니다.
국내에서는 극단 산울림이 50여 년, 1,500회 넘는 공연 역사를 썼고, 무르익은 노배우들의 ‘고도’는 내달부터 무대에 오릅니다.
“연습장에서 우리는 막 웃다가 감동하다가 연출하고…너무 좋아요. 아마 이 이상의 무대는 우리나라에서는 없지 않겠나 싶고.”
“좀 더 축적되고 노련한 그런 맛이 보였으면 하는 생각이죠.”
여든 넘는 인생사, 노배우들에게 기다리던 ‘고도’는 무엇이었을까.
“만나지 못했죠. 누구나 다 그럴 거예요.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고도를 기다리지만 만날 수 있을까, 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보거든요. 우리 뭐 산다는 게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지만 결국 없죠.”
“배우로서는 (고도가) 오냐 안 오냐, 이건 나는 상관없어요. 관객 몫이니까…. 개인적으로는 평생을 그렇게 (고도를 기다리며) 살았는데 물어볼 게 뭐 있느냐….”
“(고도는) 막연한 거죠. 근데 그 막연한 가운데서도 우리는 가끔씩 고도를 만날 수 있어요. 내가 이 작품을 만나는 것도 (그런 기회라고 생각하고…).”
연극의 마지막 대사처럼 “더는 못하겠다” 싶은 순간에도 “다들 하는 소리지”라며 무대로 향한 노배우의 도전으로, 작품은 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신새롬입니다. (ro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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